top of page
1215.png
c-DRSTER.png

언제, 어디에 있던 그 곁에 있을 것.

노,놓아주세요.

이곳에서 벗어나야⋯.

Aster

마녀

OWNER. 만두

여전히 급히 다니는구나.

Baldr

마녀의 기사

OWNER. 퓨

IMG. @tozz_cms

​그 맹약은 이번 삶에서 이루어졌다.

DRSTER

P L E D G E  I T  T O  F A T E

아스테  &  발데르

DRSTER.png

 인간들 사이에는 아주 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 예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담아 노래하던 음유시인이라는 이가 존재하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그들의 노래는 같지 않고, 아주 다양한 인간 군상과 다양한 세계가 있나니. 그들의 노래를 따라가면 결국 수많은 시대가 어긋나고, 교차한다. 그렇게 전해지고,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동화나 노래가 되거나, 신화가 되거나⋯. 

 

 어느 음유시인은 노래하다 멈추고 묻는다.

 ─신을 믿으시나요?

 ─그렇다면 환생 같은 것은요?

 ─하하, 제가 한 이야기를 들려드리지요.

​

 

​

* * * 

​

​

 

 인간의 믿음은 보잘것없다. 신과 같은 초자연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존재가 자신들을 지켜주리라 믿었다가도, 자신들이 버림받았다고 절망하며, 그 공포와 두려움을 쫓아낼 방법을 모색한다. 인간의 탈을 쓰고, ‘대의’라는 이유를 핑계로 인간이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결국 그들이 가지는 감정 중 공포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강하고, 쉬이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 만행을 저지르기엔 충분한 동기가 되고 만다. 그리고, 그 공포가 가장 쉬이 고개를 드는 것이 바로 죽음이라는 것이라 강풍 앞 촛불과도 같은 목숨을 붙들고자 빼앗고, 빼앗고, 빼앗으려 든다. 그 갈망은 누군가에게는 구원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이고, 절박한 목소리일지 모르나, 결국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마찬가지로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사실이라는 것을 꿈에도 모른 채. 아니, 알고도 외면한 채. 

 

 한 여인의 발 아래 이름 모를 풀이 즈려밟힌다. 매일 같이 이 길을 오고 가 이미 즈려밟힌 풀들은 납작하게 누워 길이라는 이름으로 여인 앞에 길을 터줄 만도 하거늘, 그날따라 발아래 즈려밟히는 풀들은 발을 옭아매는 것 같았고, 길은 보이지 않았다. 생(生)을 부지하고자 또 다른 미약한 생을 즈려밟는다. 드높은 하늘 아래, 밀려드는 황혼의 시간에 그 여인은 가히 신에게 버림받은 자, 혹은 인간들에게 해악을 불러오는 자라 불리게 된 여인이라. 주변의 질타를 받은 여인 아래 핏빛이 빠르게 번지는 것은 그 걸음이 급하기 때문이요. 그 걸음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지도 모를 곳. 여인은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한다.

 

​

 “여전히 급히 다니는구나.”

 

 여인이 어디에 당도하기도 전 그 몸을 끌어당기는 커다란 육체. 분명 인간의 모습이나, 어쩐지 여인에게는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아 여인은 드디어 자신이 마을 사람들이 말하는 마녀라도 된 것 같단 착각을 하며 그 서슬퍼런 눈을 마주한다. 숲으로 들어가는 초입, 여인의 귀에 분명히 들린 목소리에 여인은 입을 연다.

 

​

 “노,놓아주세요. 이곳에서 벗어나야⋯.”

 

 남자는 여인의 불안한 시선과 떨리는 목소리에도 그 자리에서 여인을 붙든 채 바라볼 뿐이다. 그는 여인이 답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여인이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자 하는지. 손에 들린 자그마한 칼, 불안한 시선, 이 마을까지 찾아오는 동안 들린 목소리. 이 마을에 마녀가 산다며? 그 마녀 때문에 기근이 끊이질 않는 거야. 그 마녀를 죽여 없애면 신의 노함이 풀릴 거야. 

 

​

 “예전엔 내게 피하라고 하더니, 이번엔 네가 피해야 하는 모양이고.”

 

 결국 달라진 것은 하나 없다. 인간들은 분노했다. 이어진 가뭄에 농작물이 자라지 않으니 굶주리기 마련이고, 배를 곯으면 그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날 것의 감정을 드러낸다. 남자는 의아했다. 이번에는 그 기근에 날뛰는 짐승들도 없거늘, 인간들은 왜 또다시 다른 이를 해하려고 하는가. 그들이 말하는 신이라는 존재는 고작 인간 하나 받친다고 하여 그 노함을 풀지도 않을 터인데. 도대체 무엇이 이 여인을 마녀로 몰고 간단 말인가. 결국 짐승들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무리 지어 행동하고, 홀로 남아 나약해 보이는 개체를 사냥하려는 그 본성이.

 

 등불이 든 이가 하나, 둘 길목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들은 남자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다만 그 길의 끝으로 도망간 한 여인을 알 뿐이다. 그저, 마녀라 몰린 여인을 죽임으로 인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얄팍한 생각만 가지고서 움직인다. 그 어리석은 생각이 결국 자신들의 명을 단축하게 될 것도 모르고. 

 

 남자는 인간의 목소리로 웃었다. 어느 시대에는 신녀라 불리던 이여, 여기에서는 왜 마녀라는 불명예를 안고서 그 명을 위협당하고 있는 것인가. 허나, 묻지 않는다. 그는 이 여인도 알 수 없는 얄궂은 운명 같은 것이라 사자는 그저 자신이 뱉은 맹약만을 지킬 뿐이다.

 

​

 “아스테여. 나는 그대와의 맹약으로 이 길에 들어선 모든 인간을 죽일 것이다.”

 “…….”

 “허나, 너만은 지킬 것이니.”

 

 신의 사자였던 자는 인간이나, 죽음의 사자와 다를 바 없는 소리로 고한다. 이 여인에게 칼날을 들이대는 자. 죽음이라는 엄벌에 처할 것이며, 그 죄의 무게는 죽음으로 갚을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할 정도로 무겁다. 한때, 신의 사자를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온 이의 목숨을 어찌 그리 가벼이 여긴단 말인가. 그런 어리석은 것들에게 죽임을 당하게 둘 수는 없으니, 신의 명령이 없더라도 신의 사자는 죽음의 사자가 되어 마녀를 지키리라. 

 

​

 “내 말하지 않았느냐. 네가 어디에 있든 내 찾아내 그 곁을 지키겠다고.”

 

 그 약조는 맹약이라는 이름으로 두 운명을 엮는 사슬이 되었으니, 여인이 존재하는 세상의 짐승들의 그의 눈이 되어 여인을 찾아냈다. 그러니 무엇이 그를 위협하더라도, 그가 든 거대한 검이 모두 베어낼 것이니 가히 여인 아래 깔린 빛은 별빛이 아닌 핏빛이라 마녀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지니. 남자는 신의 사자였으며, 죽음의 신의 모습을 하였으며, 마녀의 기사가 될지니.

DRSTER

​​

(1)  아스테

​​

(2)  발데르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