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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알고 땅이 알테니,

그들에게 묻는 건?

Woon

실을 당기는 이引

OWNER. 벤나

Yeul

YuYeong

실을 잇는 이連

OWNER. 온

네가 내 운명이라면

증명해 봐.

겨울장마

 

 운율은 품 안에 일찍이 넣어둔 반지를 건넬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 대신 마주 서 있는 사람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위에서 본 유영의 눈동자는 마른 나뭇가지만 남아 있는 언 호숫가처럼 옅은 푸른색이었다. 속눈썹 그림자가 그 위를 연하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운율은 그걸 보다가 저도 모르게 잠깐 미소지었다. 어쩐지 충만한 기분이 들었다. 아쉽고 그리우면서도 이대로 괜찮을 것만 같은 기분을 그는 느꼈다. 전쟁터로 떠나기 하루 전의 일이었다.

 

 날이 어둡고 국경에 일이 자주 생겼다. 그는 무관으로 오래 살았으므로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라가 자신을 부를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유영에게 청혼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연인 사이였으나 결혼을 약속한 적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다. 운율은 전쟁터로 떠난 남편을 기다린다는 것이 홀로 남은 여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았다. 그건 단순히 외로움과 그리움을 견디는 것, 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기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어떤 기다림은 보통의 슬픔보다 더 길고 깊다는 것을 운율은 알았다. 그는 유영이 오랫동안 그 감정과 살면서 수몰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반지를 끼우고 청혼하며 나의 귀환을 기다려달라 말하는 대신, 유영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웃는 쪽을 골랐다.

 한때 운율은 동료들과 약속했다. 전사하거든 그 동료들이 남은 전사자의 가족을 함께 보살피기로. 남은 아이와 그 배우자, 부모님을 돌아가며 들여다보고 가족처럼 지내주기로. 운율은 언제나 죽음을 각오하고 동료와 그런 이야기를 했다기보다는, 그것이 하나의 관례이기 때문에 말을 맞춘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한편 그것이 보험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운율의 사랑이란 그런 것이었다. 반드시 마음을 알아달라고 애걸하는 대신 그는 언제나 유영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자신의 마음을 유영의 눈이 닿는 곳에 두었다. 모난 구석 없이 잘 다듬어, 원할 때 언제고 열어보고 질문할 수 있도록. 저를 은애하시냐는 질문에, 언제고 그래왔다고 답할 준비를 하고서. 그는 청혼하지 않은 채 전장으로 가기로 했다. 유영이 운율에게 꼭 돌아오라고 말했을 때, 그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은 노력해 보겠다, 였다. 유영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바로 답하지 않았다.

 

 

​

​

 유영은 아주 오랫동안 운율을 지켜봐 왔다. 그건 단순히 물리적으로 오랜 시간을 보아 왔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운율이 알기로는 몇 해 전의 일이다. 그가 막 신참 무관이 되었을 때의 일이었다. 동료와 함께 장에 나갔다가 작은 투닥거림이 생겼는데, 언제나처럼 장난으로 지나갈 일이었다. 운율은 항상 있는 일이지 싶어 고개를 들려는데 유영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제 가슴팍까지나 올까 싶은 작은 여자가 저를 똑바로 올려다보고 말했다. 허리춤에 찬 칼이나 입은 무관복이 보이지도 않는지 당당하고 떳떳하게,

 싸우지 마세요.

 하고.

 사람 목소리가 새벽녘 공기 같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운율은 그때 처음 알았다. 가까이 선 여자에게서는 희미한 바람 냄새와 파도의 끝자락 같은 물 냄새가 났다.

 

 말하지 않았지만, 유영은 운율을 아주 오랫동안 보아 왔다. 그건 단순히 운율이 몇 해 전 그렇게 만났다고 기억하는 것보다 더 오래전의 이야기다. 삶이 소모되는 것이라면, 저는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유영은 여겼다. 유영은 자신이 언제 태어났고 언제 죽는지 알지 못했다. 인간이 자신의 출생과 사망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산과 강이 여러 번 바뀌고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동안 살아왔다. 언제부터 이 세계에 존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어린이였던 기억은 유영에게는 없었다. 대신 아주 오랫동안 계절을, 하늘과 바다를, 물과 바람과 별을 지켜보며 살아왔다. 태어난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 이 생이 끝나는 날 새로이 환생할 것이라는 것만큼은 알고 있었다. 그런 존재였다. 그는 사람이라기보다 계절의 가장자리이자 나뭇잎의 뒷면 같은 존재였다. 이 세계에 있지만 누구도 어디부터가 시작이고 끝인지 모르는 것.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고 생각해보지 않아 그 존재가 무엇인지 모르는 일. 유영은 이 세계에 유영遊泳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왔다. 사람들이 언어를 알고 세계에 이름을 붙이고부터는 으레 선녀나 천녀로 불리웠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단어인지 유영은 정확히는 몰랐으나, 그렇게 불린다는 일 자체에는 쉽게 수긍했다. 존재에 이름을 붙이고 호명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는 것을 유영은 알았다.

 

 어제 같은 오늘과 오늘 같은 내일을 영원히 반복하던 와중 유영은 운율을 만났다. 잠시 호숫가에서 길을 잃고 헤매길래 손을 잡고 숲 밖으로 내보내 주었다. 한 네다섯 살 먹은 사내애길래 굳이 기억에 손을 대지도 않았다. 어린 시절의 일은 누구에게나 꿈결로 남는 법이니 그에게 있어서도 제 기억은 희미해질 것이라고 유영은 믿었다. 대신 울지도 않고 제 손을 잡고 사잇길을 걷던 어린 운율이 종알거린 것들을, 유영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고 어머니는 어떤 사람인지, 어디에 사는데 낯선 어른은 따라가는 게 아니라고 배웠다든지, 커서 무관이 될 거고 무얼 할 거라든지……. 미아 주제에 저를 의심하면서도 사람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그 천진한 태도나, 말랑한 입술과 맑은 목소리로 한참을 종알거리는 모양이 싱그러웠다. 작은 손은 어린애치고는 조금 컸다. 사내가 되면 키가 꽤 크겠다고, 그렇게 말하며 쓰다듬어 주었더니 운율은 당돌하게 대답했었다. — 나는 지금도 사내앤데요. 누나는 당연한 것도 모른다고 말하는 듯한 태도에 유영은 아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그 감정에 맞추어 호수의 물결과 오월의 새잎이 와르르 흔들렸다. 운율은 그 광경을 오랫동안 긴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바라보다 숲을 나섰다.

같이 안 가요? 묻길래 유영은 그때 답했었다.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운율은 그것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로 유영은 율을 줄곧 지켜봐 왔다. 삶이라는 게 있다면 저런 형태를 하고 있을 것 같았다. 그는 기대했던 만큼 키가 컸고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듯 미래를 향해 자랐다. 긴 시간 동안 유영은 한 뼘도 크지 않은 채 그대로였지만, 어쩐지 먼발치에서 그가 자라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 알 것도 같았다. 내일의 태양이 뜨는 방향을 보고 자라는 것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주 긴 시간 동안 유영은 운율이 자신을 잊었을 것이라 확신하면서도 가만히 조금은 바랐다. 네 곁에서, 같은 시간을, 같은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운명이라면 다시 만날 거야. 그때 유영이 말했었다.

 보고 싶으면 찾아올 차례예요. 운율이 대답했었다. 마치 숲에서 헤맨 것이 아니라 너를 찾으러 그곳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은 것이라고 말하듯 당당하고 뻔뻔한 태도였다. 고작 그 말이 유영을 이 세계에 오래 유영하게 했다.

 

​

​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한 채 운율은 유영과 연인이 됐다. 장에서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자주 만났고 노을 아래서 손을 잡았고 해가 뜨기 전에 몰래 입을 맞추었다. 운율은 유영의 곁에서 종종 소소한 행복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는 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게 행복이라면, 이런 식으로 가정을 꾸려 함께 남은 삶을 살아가는 것을 희망해도 좋을 것 같았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유영은 가만히 긍정하면서도 어딘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것처럼 입을 벙긋거리고는 했다. 운율은 재촉하지 않았다.

그리고 운율은 가끔 유영의 앞에서 ‘그’를 생각했다. 어릴 때 만났던, 다시 운명이고 인연이라면 만나게 될 것이라던 그 사람을. 어쩐지 그와 유영은 느낌이 유사한 부분이 있었다. 잡아두지 않으면 어디론가 떠날 것 같은 지점이나 가만가만한 목소리로 저를 어르듯 말하는 게 그랬다. 그러나 이따금 어릴 적 길을 잃었던 일이나 누군가를 만났던 것에 대해서는 기억했으나, 그것이 눈앞의 이 여자일 것이라고 운율은 추호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시간이 흘렀고 그는 어른이 됐다. 소년에서 사내가 되는 동안 기억 속의 그 사람은 점점 희미해졌다. 살아 있다면 어느 댁의 부인이 되었거나 누군가의 어머니, 선생님, 학생이나 은사, 가게 주인, 도예가, 필사가……. 무엇이든 되어 중노년 즈음의 나이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었다.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으나 만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유영이 말하지 않고, 운율도 사랑을 고해하지 않은 채 그날이 왔다. 전세가 좋지 않았다. 운율은 어쩌면 이번 출정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부모님께 인사드렸을 때 두 사람은 각오한 듯한 눈치로 율을 보내주었다. 가문 남자들은 거의 다 무관이 되었고 실제로 전장에서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아들 또한 언젠가 그렇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진작 각오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운율 스스로도 그랬다. 검을 잡는 사람이 되기로 한 이상, 언젠가 눈감는 곳이 낯선 이국의 땅이거나 국경의 끝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는 인지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절절한 작별 인사를 나누는 대신 장 구경을 했다. 만난 날처럼 그랬다. 어둠 속을 가게의 등불이 하나둘 밝히고, 그 아래에 바다 건너나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 온갖 교역품을 파는 가게들이 문을 여는 것을 봤다. 손을 마주잡고 설탕 묻힌 딸기를 사먹고 제철도 아닌 시든 꽃을 파는 것을 구경했다. 너머의 어딘가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평화로웠다. 전쟁은 먼 국경에서 일어나고 있었고 내륙은 모든 것이 거의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누가 죽고 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유영은 삶과 죽음이 서로 멀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아주 많은 존재의 태어남과 사라짐을 봤고, 그 가운데 자기 홀로 이날 이때까지 남아있었다. 외로움을 새삼 느끼기에 그 시간은 아주 길었고 슬프기에는 이미 그런 마음은 설명하기 어려워진 지 오래였다. 그 많은 사랑스러운 것들 중에 운율이 특히 유영에게 애틋했다.

 

 좌판에 널린 것들 중 유영은 은색 머리장식 하나를 집어들었다. 가벼이 계산을 마치고 그것을 운율의 머리에 천천히 달아주었다. 그게 꽤 자연스러운 것처럼 운율은 허리를 숙이고 손길을 얌전히 받았다.

 꼭 돌아와야 해.

 시선이 맞지 않는 동안 유영이 속삭였다. 눈높이가 다르니 서로 보는 것도 다르다는 것을, 운율은 알았다. 한참 숙이고 있으면 유영이 보는 세계를 알 수 있었다. 모든 게 조금 높았다. 좌판이 낮고 사람들 허리와 가슴이 가까워 다른 이와 부딪히기 쉬웠다. 유영은 저보다 세계를 조금 더 만나기 쉬운 사람이라고, 운율은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에 조금 더 빨리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언제고 호흡이 닿는 거리에 있다.

 노력은 해보겠지만.

 그런 대답으로는 안 돼.

 음.

 간절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절박해지지 않는 법이니까…….

 살고 싶다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닌데도.

 죽고 싶지 않다는 것과는 다르니까.

 노력해 보겠지만, 그래도 안 된다면…….

 운율은 머뭇거리다 유영의 손을 잡았다. 돌아오지 않는다면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그 사람과 미래를 꾸리라고 말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반절도 다 말하지 않았는데 모든 말을 다 이해한 것처럼 유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제 머리에 꽂혀 있던 은색 비녀를 뽑아 운율의 손에 쥐어주었다. 출정하는 이에게, 먼 여행을 떠나는 자에게, 아주 길고 지난한 길을 가는 사람에게 가진 물건을 부적으로 쥐어주는 풍습은 오래된 것이었다. 유영은 그런 소망을 아주 많이 들어 왔다. 사람들이 제게 빈 소원을 거의 기억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마음. 사람으로 살았던 적은 없지만 사람과 비슷하게 살았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마음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유영은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반드시 돌아와야 해.

 …….

 유영은 당부하며 천천히 운율을 품에 안았다. 비슷한 박자로 심장이 뛰고 있었다. 운율은 저보다 한참 작은 몸을 품에 안고 눈을 감았다. 어쩐지 운명이 속삭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곳으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다시 이 품에 안길 수도, 속삭임을 들을 수도, 새벽 공기 같은 향에 얼굴을 묻거나 끌어안고 잠드는 일도 이제는 없을 것이었다. 죽음이란 때로 산다는 것보다 선명하고 가까웠다. 악의는 없지만 선득해서 등이 시렸다. 운율은 스스로도 이 기분이 두려움인지 슬픔인지 잘 구분하지 못했다. 그걸 알기라도 한 것처럼 어깨 너머에서, 고개를 서로 교차한 채 유영이 속삭였다.

 기억해, 운명이라면 언젠가 꼭 다시 만나게 되어 있는 거야. 인연이라는 건 그런 거니까. 나는 너를 위해 존재하고, 네가 있어서 내가 이곳에 있어.

 운율은 가만히 눈을 감으며 어쩐지 기억 속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주 깊은 마음에 묻어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아주 확실하지는 않지만 언젠가 이런 말을 해준 사람이 있었던 것 같고, 그때의 그 사람도 이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은 위화감과 익숙함을 동시에 느꼈다.

 돌아오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다시 만나.

 그때는 꼭 얘기할게.

 사랑해?

 사랑해.

 

 

​

​

 

 운율은 아주 오래 비가 오는 수평선 너머를 바라봤다. 동료들이 곁에 와서 종종 어딜 보는 거냐고 물을 때마다, 그는 똑같이 평이하게 대답하고는 했다. 비가 많이 와서. 혼약자가 감기라도 앓진 않을까 하고. 그렇게 말하는 운율의 눈동자는 장마철의 한밤처럼 깊은 남색이었다. 국경이 소란하고 사람이 죽는 와중에도 그는 종종 사랑이 하는 일에 대해 깨닫고는 했다. 돌아가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것, 삶이라는 것에 대한 고찰, 생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해. 운율은 두고온 고향과 그리운 사람으로부터 그것들을 매일 새로이 배웠다. 산다는 것은 오해와 이해의 연속이었다.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네게로. 네 곁으로.

 운율은 어느날 생각했다. 어스름히 해가 지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해질녘이었다. 노을이 길어 눈이 부셨다. 그는 멍하니 해넘이를 보며 중얼거렸다. 너도 알잖아, 좋아하는 사람 곁에서 평생을 살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삶이 우리에게 주는 어떤 행운일지도 몰라. 그러니까 나도 한 번쯤은 그래보고 싶었고, 내가 없는 세계에서 너도 그랬으면 하는데. 겨울의 바닥이 차고 뺨이 시렸다. 그게 눈물인지 피인지 운율은 정확히 구분하지 못했다.

 

 유영이 끝 구겨진 은비녀 하나만을 돌려받은 것은 이듬해 봄의 일이다.

 생환한 율의 동료 하나가 그것을 전해주었다. 그는 생전 운율과 나눈 약속대로 이후 율의 혼약자였던 유영을 살피러 갔으나, 그때의 유영은 눈 녹은 자리처럼 어디에도 없었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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律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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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 율

​​

(2)  유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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