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thurs
URANIA MOMENT
소원을 빌러 왔어.
용사
OWNER. 나린
Letitia
LUCIA BRILLANCHE
신이었던 존재
OWNER. 티튜
말해봐요,
뭐든 들어주는
당신의 신이니까.
진짜 소원
날카로운 날이 달빛에 반사된다. 이제 이것이 향할 것은 본인의 유일한 친구이자 사랑하는 존재이며, 동시에 이 마을의 신이었던 것. 저에게 있어 빛에게 꽂힐 검은 시리도록 날이 서렸고, 동시에 잔인할 정도로 손을 떨리게 했다. 문득 이전 생각이 났다. 빛이 빛으로만 존재했던 시절. 그리고, 왜 이렇게까지 변모하게 되었는지의 기록으로부터.
-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 장소는 사람들이 들어가 기뻐하는 모습으로 나오는 것만 보았지, 실제로 들어간 적은 없었으므로 웃음소리가 들린 집 주변을 어슬렁거릴 참이었다. 또래 아이의 목소리였지, 하며 들여다본 울타리 너머에서는 역시나 한 명의 아이가 웃으며 뛰어놀고 있었다. 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혼자 있을 뿐인데.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즐거워 보이는 모습을 보며 의문을 가졌던 것도 같다.
“어!”
“…어.”
“여기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되는데…. 아! 아니면 소원 때문에 온 거구나!”
“소원?”
마주친 아이는 소원이라는 말을 했다. 그것이 첫 만남이자 우리의 연결점. 동시에 유일하게 이루지 못한 것.
소원이라고 함은 그가 신으로 모셔지고 있는 이유였다. 마을에는 모시는 신이 있다. 그는 ‘인간을 살리는 것’을 제외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소원들을 들어주고 있었다. 사실 그런 신이라고 한다면 다들 인간의 형태를 벗어난 구색을 갖춘 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여기는 조금 다르다. 외관은 인간은 전혀 다르지 않고 성장도 한다. 지금은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 그러니 믿지 못할 사람도 있을 법한데, 실제로 소원을 들어주니 결국에 지금은 모시고 있는 꼴이 되었다.
인간은 저마다 욕심이 있고 저마다 욕망에 가득 차 있다. 그러니 그런 욕망들을 이루어주는 존재를 어떻게 모시지 않고 배길 수가 있겠는가. 아무리 어린아이의 모습이라고 해도, 그 상냥함과 도와주는 힘에는 상대할 자가 없었다. 그러니 인간들에게 있어서 그는 마을의 신이 되어버렸다. 그저 빛을 좋아하는 작은 신은, 그런 대접을 받으며 마냥 도움이 된다는 것에 기뻐했고.
“음, 오늘은 소원 있어서 왔어요?”
“…소원, 그런 거 없다니까. 애초에!”
“애초에?”
“신 같은 것도 안 믿고….”
“하지만 난 정말 신인걸요? 소원도 막 들어주는데.”
첫 만남 이후, 아더스는 레티샤의 곁으로 자주 갔다. 레티샤가 아더스에게 늘상 물어오는 건 소원의 여부였고, 아더스가 돌아오는 대답이야 늘 거절이었다. 제일 큰 이유라면 레티샤가 신이라는 것을 절대로 믿지 못하겠다는 게 컸지만, 역시나 또래의 아이에게 소원을 비는 건 영 끌리지 않아서였다. 애초에 왜 소원을 빌어야만 하는가 궁금하기도 했고.
아더스에게 있어서 레티샤는 이상한 존재였다. 소원을 익숙하고, 또 당연하다는 듯이 들어주고 그것을 정말 즐겁다는 듯이, 뿌듯하다는 듯이 여기고 있었다. 소원을 빈 사람은 자신의 욕구가 채워지면 그대로 떠나고 만다. 그러면 레티샤는 본래 있던 자리에서 또 혼자 놀기를 반복. 그것이 정말 괜찮은 것일까. 그것이 정말, 얼마나 외로워 보였는지 아더스는 스스로도 체감하지 못했다.
“그럼, 꼭 빌고 싶은 게 생기면 말해요. 내가 다 이루어줄 테니까!”
“…생각해보고 말해줄게. 지금은 그냥 네가 다른 사람 돕는 게 좋아 보이니 됐다.”
“에이, 그래도 아더 소원은 따로 있을 거 아니에요~”
없다니까! 집요하게 묻는 레티샤를 향해서 결국 아더스는 한 소리를 내뱉었다. 이렇게까지 소원을 피할 필요는 없었지만, 실실 저를 향해 웃으면서 다가오는 신은 아무래도 영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결국에 아더스가 말할 건 이거 하나 뿐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아더스가 말할 수 있는 건 결론적으로 하나뿐이었으니.
“그럼 나중에 말할 테니까, 그럼 네가 소원을 말해봐.”
“…내 소원이요?”
“응, 늘 들어주려고만 하는데. 너도 소원이 있을 거 아니야.”
“에이, 나는….”
“그러지 말고, 말이나 해봐. 난 신이 아니라서 진짜 들어줄 수만 있거든.”
“…그럼 나는, 빛이 되고 싶어요. 진정한 빛으로 남고 싶어.”
할 수 있을까요? 그리 묻는 시선은 그저 해맑기만 했었다.
행복했던 순간은 짧기만 하다. 소원을 들어주는 신인 레티샤는 안전이나 귀중함을 이유로 사람들 사이에서 고립되었다. 동갑이었던 두 사람의 나이가 막 청소년기로 들어설 무렵, 두 사람은 거의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레티샤를 만날 수 있는 조건은 하나. 소원을 빌려고 온 사람들 뿐이었다.
‘신’이라는 존재의 레티샤의 마음은 본래 빛이었다. 타인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했다. 그렇기에 소원이라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교류가 옅어지고, 그가 가진 특수성 때문일까. 빛은 점점 잃고 생기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의 속삭임이 레티샤에게 들리기 시작했다.
어느날부터인가 레티샤에게 소원을 빌러간 사람들이 마을에 돌아오지 않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다른 곳으로 가 버렸거나, 숲길을 헤매느라 야생 동물에게 당했거나 하는 추측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하나둘, 점점 늘어나고 결국 결정적인 것은 하나였다. 그에게서 ‘살아 돌아온’ 사람.
‘신이 우리를, 소원을 빌러온 사람을 다 죽이고 있어요…!’
-
계단을 오른다. 이 단순하디 단순한 계단의 흐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평범한 계단. 소원을 빌러 이곳에 온 사람들은 저마다의 빛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빛이 탐났던 걸까. 이런 어두컴컴한 곳에서 빛을 잃었기에, 그 사람들의 빛을 빼앗고 싶었던 걸까. 너같이 착해 빠진 아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아더스는 문득 생각했다. 그때, 소원을 빌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아더스에게 짊어진 임무는 신을 죽이는 것. 이상한 일이다. 왜 하필 이런 임무가 본인에게 주어졌는지. 이유는 단순했다. 소원 같은 걸 빌지 않았던 인물이자, 어릴 적부터 가까이서 지낸 네가 가면 신조차도 의심하지 못할 것이다. 이유는 참으로 지독했고, 잔인했으며 마지막까지 인간의 이기심을 담았다.
그가 좋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라는 건 안다. 그러나 필요할 때에만 찾던 저와 같은 인간들도 가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그가 단순한 이유로 인간을 해치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아더스는 레티샤를 너무 오랜 시간동안 지켜보았다. 알 수 있었다. 그가 가진 빛이 얼마나 큰지를. 그리고 얼마나 그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지를. 그렇기에 이 칼날이 그에게 들어가는 것은 더욱더 감히 생각하기 어려웠다.
“왔어요? 아더. 오랜만이네.”
“…눈치채고 있었나.”
“어떻게 몰라보겠어요, 친구를. 참, 그 칼은 뭐예요?”
“…….”
“아하, 알겠다. 날 죽일 칼이죠?”
─빛이라고 여길 땐 언제고 이제와서 질렸다고 죽이기람.
정적이 아렸다. 깨달을 수 있었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침묵은 계속해서 시간을 비췄고, 이 결말이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는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레티샤는 반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구석, 자신의 본성이 제발 자신을 막아달라고 외치는 것처럼.
빛을 따랐다. 그저 빛인 존재였다. 그가 신인 걸 믿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다정한 마음을 가졌다는 건 알고 있었다. 빛을 따른 자의 말로가 이렇게 된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빛이 꺾여나갈 때의 마음은 이런 것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매서로운 칼날이 레티샤를 향해 파고 들었다. 본인이, 그 칼을 쥐고 있음에도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다.
눈에 깃든 빛이 사라지고 없어질 때쯤, 조금씩 돌아옴을 느꼈다. 원래의 빛이, 레티샤에게 잠시나마. 레티샤는 웃고 있었다. 지금 이 상태가 된 자신을 해방시켜준 게 고맙다는 듯이. 칼을 쥔 아더스의 손에 레티샤의 손이 포개졌다. 곧 존재가 사라질 신의 따스함이 조금이나마 느껴져서, 아더스는 그 빛을 계속해서 눈을 쫓았던 것도 같다.
“…고마워요, 소원, 결국 아더가 들어줬네.”
“…지금 그게 무슨, 말.”
“빛으로 남고 싶다는 말… 결국 아더가 들어준 거니까.”
“…….”
“마지막으로, 아더는 소원 없어요?”
계속해서 물어보던 거니까, 마지막에도 안 물어보면 그건 싫을 것 같아서. 밝은 웃음을 보이며 묻는 목소리에는 생명이라는 게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그 모습에, 대답을 하지 않으면 죄를 짓는 것만 같아서. 겨우내 아더스의 입이 움직였다.
“이제 네가 신이라는 거 믿어.”
“…우와, 드디어 인정 받았네요?”
“다음 생에는 진정한 빛으로 다시 태어나.”
“그게, …아더 소원이에요?”
“아니, 내 진짜 소원은….”
눈빛에 있던 작은 빛이 점점 사라져가는 듯 하다가, 인영이 점점 하나의 형태로 움직인다. 이내 아더스 주변을 감싸주는 듯 돌다가, 그저 밝은 빛만 남을 뿐이다. 아더스의 작은 목소리가 허공을 향해 울렸다. 누구도 듣지 못할, 이제 아더스만 남은 공간에서 쓸쓸하게 외치는 이름은 레티샤였다.
“네가 돌아오는 거야.”
다시 만나요, 빛으로. 그렇게 울리는 것만 같은 목소리가 아더스의 주변을 돌았다.


아티샤
(1) 아더스 우라니아 모멘트
(2) 레티샤 루치아 브릴란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