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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cheon

비 갠 하늘 

OWNER. 곰팡

변함 없이 있어주세요. 

Nasaeng

탐, 진, 치

OWNER. 네그

혼자 외롭게

죽게 두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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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보라색 하늘을 지붕 삼아 마당을 쓸고 있노라면 대문을 두드리는 규칙적인 박자가 들려온다. 손님이 올 거라는 언질을 받은 것도 없거니와 초대한 적 없는 객이 드나들기에는 적합한 시간이 아닌 탓에 나는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근래에는 인간 거죽을 쓴 요괴가 인근 산을 돌아다니는다는 소문이 있어 마을의 모두가 문단속에 신중을 기했다. 나는 한 손에 빗자루를 꽉 움켜쥔 채 대문 가까이로 고개를 붙였다. 대청에 앉아 부채를 부치던 집 주인, 송 대감 어르신이 내 거동의 수상함을 알고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었다.

 

"뉘, 뉘십니까?" 천치처럼 말을 더듬었으나 나는 조금 떨어진 곳의 송 대감 어르신께도 들릴만치 목소리를 크게 해 물었다. 쉬이 문을 열어줄 수 없는 까닭을 더하자면, 마당이나 쓰는 하인 놈이 멋대로 아무나 집에 들인다며 크게 혼이 난 경험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닫힌 문 너머로도 내 목소리는 잘 전달되었는지 곧 단단히 잠긴 빗장 너머로 곧은 목소리 하나가 날아들었다.

 

"먼 길 가는 퇴마사입니다. 하루 신세 질 수 있을까 하여 찾아왔습니다."

 

누구라더냐? 객의 대답과 동시에 송 어르신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나는 그런 질문을 읽었으나, 나는 송 어르신에게 답을 하는 대신 손에 든 빗자루를 내던지고 부리나케 문의 빗장을 열었다. "저, 저⋯!" 송 어르신이 내게 한 소리 하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으므로, 나는 냅다 대문부터 열어젖히고는 큰 소리로 손님을 맞았다.

 

"아이고! 퇴마사 어르신이십니까. 안으로 드십시오. 요즘 마을이 흉흉한데 잘 오셨습니다!"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송 어르신이 노기를 감출 것이 뻔했으므로 나는 눈앞의 인물에게 넙죽 허리부터 숙였다. 이 시대의 퇴마사라는 존재는 그랬다. 요괴가 판을 치고 다니는 세상에 유일하게 그들과 대적할 수 있는 이들을 싫어하거나 배척하는 곳은 이 운해국에 전무하다시피 했다. 나의 주인어른이신 송 어르신은 특히나 마을의 부호로서 퇴마사들을 특히나 극진히 대접했는데, 이렇게 종종 방문하곤 하는 떠돌이 퇴마사들은 이 집에서 식사를 얻어먹거나 잠을 자고 우리 마을의 안위를 조금 더 살펴주고는 했다.

 

숙였던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에 선 것은 퇴마사들의 상징과도 같은 새카만 의복의 남자, 그리고 수수한 빛깔의 옷을 입은 여자였다. 까만 빛깔의 남자는 얼굴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안대를 하고 있었다. 안대로도 채 덮지 못한, 아주 오래 전에 생긴 것 같은 흉터 몇 개가 그의 인상을 편한 쪽으로 해석하기 어렵게 했다. 얼굴에 패인 주름과 언뜻 보아도 거칠어보이는 손은 그가 쉰을 넘긴지 오래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으나, 여전히 꼿꼿한 자세와 당당한 태도가 그를 힘 없는 약자로 보이지 않게 했다.

 

그는 허리를 깊게 숙인 나를 바라보며 떨떠름한 얼굴을 하다가, 곧 내 뒤로 다가오는 송 어르신을 보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퇴마사 제천이라 합니다. 오래 전 이 집에서 환대를 받은 일이 있어 염치불구하고 걸음했습니다. 빈 방이 있으면 예전처럼 하루 묵어가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허허! 물론이지요." 송 어르신은 사람 좋은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백성들을 지켜주시는 분께 하룻밤 잠자리 하나 못 내어드리겠습니까. 헌데 뒤에 계신 분은⋯."

 

그제야 모두의 시선이 뒤에 선 여인에게로 모인다.

 

녹색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여인은 아무리 보아도 이립而立 즈음의 나이로 보였다. 제천이라 자신을 소개한 퇴마사가 송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내내 조용히 경청을 하는 것 같더니, 본인에게로 관심이 쏠리자 웃는 낯으로 고개를 가벼이 숙였다. 남자가 입을 연다. "제 부인 되는 사람입니다."

 

여인의 몸으로 퇴마 일을 하는 이들은 심심치 않게 보이는 편이나, 퇴마사가 아닌 여인을 데리고 이동 중인 퇴마사를 만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나는 내심 놀랐다. 나보다 더 오래 퇴마사들을 만나며 대접했을 송 어르신도 잠시간 말을 잊은 것을 보니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송 어르신은 이내 호탕하게 웃고는, "그럼 큰 방으로 하나 내 드리지요." 한다.

 

"영순아, 가서 사랑채에 방 하나 준비하라 이르거라."

"예, 예."

 

송 어르신이 내게 말했으므로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만 한 번 꾸벅 숙이고 사랑채로 걸음을 재촉했다. 눈앞에 두 인영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불현듯 위화감이 들어 뒤를 한 번 돌아보니 예의 그 여인과 눈이 마주친다. 생각을 들킨 것만 같은 기분에 화들짝 놀라자 여인이 쿡쿡 웃는다. 도망치듯 사랑채로 향하며 나는 족히 스물은 넘어 보이는 부부의 나이 차이에 대한 생각은 지워버리기로 한다.

 

 

​

 

2.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갑작스레 손님을 받게 된 사랑채에 땔감이 모자라지는 않을까 하여 그곳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송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나는 반사적으로 사랑채의 기둥 뒤에 몸을 숨기고 고개만 빠끔히 내밀었다. 남의 대화를 엿듣는 일은 나쁜 것이라고 배우지 못한 것은 아니나, 대감 집에서 일하며 이런 저런 소문을 듣는 것만이 우리네 낙인 것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퇴마사는 마루에 앉아 부러진 화살을 골라내고 있었다. 부부의 동행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던 것인지, 송 어르신이 사랑채의 마당에 서서 괜히 퇴마사에게 말을 붙이고 있었다. 여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방문 아래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방 안에 있는 모양이었다.

 

퇴마사는 여전히 화살을 솎아내며 송 어르신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의 입 밖으로 나온 대답은 인근의 다른 마을이었다. 그러면 송 어르신은, "그 전에는 어디 있었습니까?" 같은 것을 묻는다. 퇴마사는 또 그 인근의 마을 이름을 댔다.

 

"떠도는 몸이십니까."

"그런지 좀 됐습니다."

"여인과 함께 길을 떠나는 일은 쉽지 않을 테지요."

 

"보통 여인이라면 못 했을 겁니다." 퇴마사는 문득 화살을 고르던 손을 멈추고 말을 덧붙였다. "⋯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서요."

 

완전히 어두워진 하늘 아래로는 달빛만이 밝았다. 퇴마사는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빛에 화살을 비춘다. 하루이틀 해 본 일이 아닌 듯 능숙했다. 엉망으로 찢기고 베인 흉이 빼곡한 손은 그 찰나를 제하고는 쉬지를 않았다. 나는 그가 이 일을 평생 해 왔으리라고 감히 확신했다.

 

"그럼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

"국경에 갑니다."

"국경을요?"

"예."

 

국경이라는 말에 나는 짧게 숨을 삼켰다. 국경을 태연하게 말하는 퇴마사의 표정에는 한 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이 나라 운해국의 삶이란 영 팍팍한 것이 사실이었다. 요괴가 민초의 삶을 짓밟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 전의 일이며, 그 탓에 궁에도 매일같이 새롭게 피바람이 불어 옥새의 주인이 자주 바뀌었다. 권력에 눈 먼 탐관오리들은 해결이 요원해보이는 문제를 직면하는 대신 쉽게 곳간을 채우는 일을 자주 선택했다. 퇴마사들로만 이루어진 금위가 존재했으나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어주지는 못했다. 운해국 백성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집기와 아이를 품에 안은 채 국경을 넘는 이들은 언제나 많았다.

 

그러나 그것은 범부의 삶이고, 이 자는 퇴마사가 아니던가.

 

"넘으러 가십니까." 송 어르신이 퍽 서운하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그건 아닙니다." 그러나 퇴마사는 그렇게 말한다.

 

퇴마사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그의 손은 완전히 멈추어버리고 말았다.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나는 그의 한 쪽 뿐인 눈에 명백히 당황이 서려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엇에 대한 당황인지 알 수 없었다. 송 어르신의 질문에 황당함을 내비치고 있는 중인지, 큰 고민 없이 아니라는 대답을 한 자신을 자각해 한 말인지는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멈추어버린 퇴마사의 손을 의식한 것은 나 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그러면요."

"⋯⋯."

 

송 어르신이 묻자 퇴마사는 침묵했다. 전과 달리 답이 빠르지 않았다. 퇴마사는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 것처럼 입술을 열었다가도 다시 꾹 닫기를 몇 번 반복했다. 침묵이 길었다. 한참이나 뒤에 그는 여전히 불빛이 일렁이는 방문을 등 뒤에 두고 아주 나직한 어투로 말했다.

 

"거기 가면 무언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3.

 

"그 집에서 무슨 말을 했어요?"

 

산의 중턱에 앉아 나생은 작은 보따리를 풀었다. 제천이 한사코 거절의 뜻을 내비쳤으나 송 대감이라는 자는 기어이 보관에 용이한 먹거리 몇 개를 싸서 나생의 손에 들려 준 참이었다. 제천은 기어이 나생의 손으로 보따리가 들어가는 것을 보더니, 마을을 떠나기 전 그곳을 한 바퀴 휘 돌며 곳곳에 요괴를 쫓는 부적을 몇 장 붙였다. 경면주사를 갈무리하며 갑시다, 하던 제천의 얼굴이 묘하게 개운해보였음을 나생은 안다.

 

"말은 무슨. 별 말 안 했습니다."

 

제천이 그렇게 말하며 곁에 와 앉자 나생이 보따리를 제천의 쪽으로 슬쩍 민다. 두 사람은 송 대감을 내려다보며 간단한 점심 식사를 이어갔다. 대화 없이 침묵만이 길어도 어색함은 없었다. 한동안 무언가를 씹고 넘기는 소리만이 울린다. 산까치가 운다. 바람이 불어 두 사람의 뺨을 간질인다.

 

"다 와 가요." 나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 산이 바로 국경이잖아요."

 

"그렇네요."

"아화."

"네, 나생."

"넘을 거예요?"

"⋯⋯."

 

제천은 대답하지 않았다.

 

본래 길이 아니던 곳을 헤치고 산을 오르려니 걸음은 한없이 더디기만 했다. 누군가 밟아둔 곳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니면 애초에 없는지도 모른다. 국경을 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같은 것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전무하기만 했다. 경사가 크지 않고 야트막한 곳을 찾아 밟느라 짧은 길을 멀리 돌아가는 일은 다반사였고, 가다보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어 다시 방향을 잡는 일도 수 차례 있었다. 이르게 출발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정상에 가까워질 무렵에는 하늘 한 구석에 붉게 그을리기 시작했다.

 

이 산은 운해국의 끝자락이다. 이 정상을 지나 앞으로 나아가면 다른 나라로 갈 수 있었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사라졌을 때, 제천은 산의 정상에 올라 정면을 바라보았다. 험난한 산이 삐죽삐죽 솟아 있었으나 지금 밟고 선 곳보다 더 높아보이지는 않았다. 깊은 산골짜기 틈새에는 작은 마을이라도 있는 것인지 드문드문 지붕이 보이고 그 옆으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운해국이 아니더라도 삶은 어디서나 이어진다는 증거였다. 어쩌면 운해국의 삶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지도 모른다. 제천은 제자리에 서서 멀리 보이는 저 지붕 아래 어떤 가족이 살고 있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하늘은 완전히 붉게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아무리 길에서의 생활이 익숙하다지만 산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건 딱히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다. 하산하려면 지금부터 서둘러야 했다. 제천의 옆에 서서 오래도록 침묵을 공유하던 나생이 문득 입을 연다.

 

"넘어 볼래요?"

 

동행인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제천은 대답 대신 눈을 감는다. 침묵이 공백을 채우게 내버려 두었다. 폐부를 채우던 낡은 것들이 빠져나오고 새로운 것으로 채워지기를 몇 번.

 

"아뇨. 그럴 필요를 못 느끼겠네요."

"⋯ 왜요?"

"나는 문득 외로워 질 때면, 여길 넘는 상상을 수도 없이 했었습니다."

"⋯⋯."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가족들을 찾으러 가야지. 막연하게나마 그런 생각도 했었죠."

 

내려다보이는 지붕마다 사람이 살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서로를 선택한 사람들, 혹은 선택하지 않았으나 동반하게 된 사람들, 어쨌거나 서로가 먹을 밥을 지어주는 사람들이  살겠지. 제천은 최근에서야 그런 것들의 개념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한 참이다. 그의 나이가 오십을 다 넘어간 그 때에서야.

 

문득 그는 손이 참 허전하다고 느낀다. 쥐어야 할 것이 지척에 있다. 오른손을 옆으로 아주 조금만 움직이면 기다렸다는 듯 언제나 그곳에 존재하는 손바닥 하나. 손가락과 손가락이 가볍게 엮였다. 누구 하나 힘 주면 쉬이 뿌리칠 수 있는 모양새로.

 

"최근에는 그런 생각을 안 하게 됐습니다."

"⋯⋯."

 

그는 자신의 삶이 퍽 괜찮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배운 것들을 썩히는 일 없이 모조리 소모할 예정이다. 몸이 움직이는 데까지는 움직일 것이다. 설령 길 위에서 부서져 죽는다고 하더라도.

 

또한 늦게나마 새로이 익힌 것도 있다. 함께 사는 일. 타인이 주는 온기의 소중함. 부둥켜 안고 잠들었을 때의 밤이 얼마나 포근한지, 안심되는지. 이럴 때 손을 잡을 수 있는 존재가 옆에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제는, 안다. 느리게 배웠으나 늦지는 않았다. 아직 더 깨칠 수 있고, 더 염원할 수 있다.

 

다음생에도, 당신 손을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생. 나는 이대로 계속 떠돌 생각입니다. 국경에 도착해 보았으니 다음은 대륙의 끝이라도 가 볼 요량으로."

 

제천은 나생과 시선을 마주한다. 삼십여 년 전, 처음 만났을 때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외모를 가진 여인은 언제나처럼 그곳에 서 있을 것만 같다. 바란다면 영영 자신의 곁에 있어줄 것만 같다. 이런 확신이 들게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퇴마사가 요괴에게 묻는다.

 

"계속, 나랑 같이 다녀 줄 겁니까?"

 

그러자 요괴는 그림처럼 웃었다. 제천에게 익숙한 톤의 음성, 꼭 달가워하는 그 음색으로.

 

"날이 밝으면 길을 물어보러 가요. 새 지도도 구하고요. 밑창이 닳은 신발은 바꾸고 헤진 옷이 있으면 수선하고⋯."

 

손을 움켜잡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손바닥과 손바닥이 맞붙는다. 서로가 각자를 쥔 채로 국경 앞에 섰다. "나와 같이 있어주세요, 길이 끝나더라도." 그건 제천이 나생에게 바라는 유일의 한 가지. 생의 끝까지 이어질 약속. 퇴마사 제천에게 너무 과한 약속임과 동시에 나이 든 인간 정이 바라기에는 참으로 소박한 바람.

 

"그런 건 더 이상 내게 어렵지 않아요." 그리고 노래하듯 이어지는 나생의 말이 있다. 세상에 만 가지 거짓을 고하더라도 서로에게 하는 말 중에 거짓됨은 없음을 서로가 안다. 그러니 나생도 진실로 기쁘게 응하였고, 제천의 바람을 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했으며, 공유한 온기는 언제나 제천 쪽이 조금 더 뜨거웠다.

 

평생을 무욕하게 살아 온 인간이 말년에 빈 강한 염원 하나가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가 닿을 때, 잡힌 손을 타고 온기를 나누며 서로가 바라는 것이 완연하게 일치했을 때, 그것은 결국 통상적인 범주에서의 약속에서 모습을 달리하기 시작한다. 세계는 천천히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역사는 기꺼이 두 사람을 위해 모습을 바꾼다. 상대와 자신을 연결하는 매듭 하나가 새로이 지어졌다는 것을 누구도 알지 못한 채, 두 사람은 해가 지기 전에 산에서 내려가기로 한다. 새 여행을 떠나려면 준비할 것이 많았다.

 

시간은 고요히, 그러나 무섭도록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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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

​​

(1)  나생

​​

(2)  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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